본문 바로가기

여행여행/'23 SGN

[호치민] 6. 오토바이투어 오후편(빈응이엠 사원, 역사박물관, 시립 박물관)

728x90

찟어질 듯 부른 배를 움켜잡고 오토바이에 올랐다. 우리 이제 어디가냐고 물어보니 아재가 템뿌 템뿌 거린다. 템뿌...? 덴뿌라...?(아재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았다) 덴뿌라는 튀김 아닌가...?;; 어디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오토바이 뒤에 앉아 호치민 시내를 구경했다.

 

 

 

덴뿌라의 정체는 템플 이었다. 영주 부석사급 아니고서야 사찰건축에는 정말 관심이 없어서 템플인줄 알았으면 아마 다른데 가자고 했을 것 같다. 이왕 온거 뭐 어떻게 하겠는가. 구경은 해봐야지~

 

 

 

불교에 대해 아는건 거의 없지만 불교란 자고로 무소유와 해탈을 꿈꾸는 종교가 아니었는가? 베트남 불교는 너무 힙하고 풀소유에 가까운 느낌이라 조금 당황했다. 

 

 

 

전세 1.6억 정도 할것 같은 풀옵션 오피스텔 건물. 왜 갑자기 한국 사진을 가져왔냐구요? 호치민이랍니다 ^^ 

 

 

 

템뿌 구경 다음 행선지는 베트남 역사박물관이었다. 입장료는 3만동.

 

 

 

도자기는 언제나 옳다.

 

 

 

봉황님 또한 언제나 옳다.

 

 

 

자개는 최고다. 박물관 하드웨어가 좋진 않아 별볼일 없을 것 같지만 또 하나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 볼만한게 많았다. 

 

 

 

오토바이투어 마지막 코스는 호치민 시립박물관이었다. 이쯤 되니까 좀 피곤하고 힘들었다 ㅎㅎ; 이곳 역시 입장료 3만동.

 

 

 

호치민이 가진 역사적 특징 때문에 전시물들이 굉장히 호전적이고 선동적이었다. 베트남 역사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기에 전시물 자체에 큰 눈길이 가진 않았다. 그냥 건물이나 슥슥 둘러보고 나왔다.

 

이제 오토바이 타고 매연 가득한 베트남 도로를 그만 달리고 싶어 아재한테 나 이제 쇼핑하러 갈거니까 타카시마야백화점에 내려주고 아재는 돌아가라고 했다. 아재도 ㅇㅋㅇㅋ 하고 타카시마야로 향했고 잠시 후 백화점에 도착했다.

 

몇 시간 함께한 아재를 보내줄 시간이 왔다. 달리 말하면 정산의 시간이 왔다. 얼마를 줘야할까?

처음엔 20만동을 건냈다. 우리돈 1만원 정도 한다. 보자마자 아재가 기겁을 하면서 자기가 아침부터 지금까지 몇시간을 태워줬으며 쓴 기름값만 얼만데 20만동이냐며 정색을 했다. 20만동은 좀 너무 작은가? 싶긴 해서 15만동을 더 줬다. 35만동이면 2만원 가까이 하는 돈이다. 아재는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나를 잔혹한 블랙컨슈머 처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얼마를 원하냐고 물어보니 60만동을 불렀다.

 

60만동이면 우리돈 3만원 정도 하는데 사실 아주 부담되는 큰돈은 아니지만서도 외국인 관광객에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접근한 뒤에 (베트남 기준으로) 꽤나 큰 돈을 가이드비로 사후에 요구하는게 내 기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는 많이 못준다고 버텼다. 애초에 이런 경우 등에 대비해 주로 카드로 결제하고 현금인출을 많이 안하기 때문에 그 당시 지갑에 있는 베트남동이 정확히 38.3만동 밖에 없기도 했다. 나도 서울 돌아가야되는데 최소한의 현금은 남겨놓아야 한다.

 

내가 지갑을 보여주며 60만동 주고싶어도 돈이 없다고 하자(외국에서 지갑을 보여주면 절대 안된다. 매우 위험한 행동임) 아재가  ATM이 저기 가면 있으니 가서 돈을 뽑아서 달라고 했다.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그러고 싶진 않았기에 나도 좀 신경질을 냈다. "애초에 돈을 내고 타는 건지 몰랐다. 니가 언제 가격을 말을 해주긴 했냐. 나 돈 없다." 하니 한국 돈이라도 달란다. 한국 돈은 더더욱 없다. 축의금 낼때 말고 현금 뽑을 일이 무어가 있단 말인가. 대신 지갑에 지난번 가오슝 여행때 남은 타이완 달러(100+500)랑 집에 굴러다니던거 주워다 꽁쳐둔 영국 파운드화(5)가 있었다.

 

타이완 달러 있는데 이거라도 가질래? 물어보니 자기가 환전은 알아서 할테니 아무 돈이라도 좀 달란다. 500TWD는 너무 큰 돈이라 100TWD만 꺼내서 줬다. 대충 4천원 정도 한다. 아재가 이게 얼마 정도 하는 돈이냐고 물어봐서 순진하게 그걸 또 환산해서 5USD 정도 한다고 말했다. 아재가 처음 불렀던게 60만동이고 이미 준게 35만동이니 갭은 만원 정도 나는건데 5USD를 받았으면 적당히 만족하고 떠나야 되는데 아재는 끝까지 만족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또 엄청난 갈등이 일어났다. 아재가 나한테 사기를 쳤는가? 그건 아니다. 아재의 서비스가 구렸는가? 그건 아니다. 3만원이라는 돈이 비상식적인 수준의 갈취인가? 그건 아니다. 3만원이란 돈이 나에게 있어 아주 큰돈인가? 그건 아니다. 불과 몇 시간전에 밥 한끼로 13만원 쓴놈이 이러고 있으려니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가 생각나며 쿨하게 3만원 맞춰주자 까짓거 하고 5파운드도 내어줬다. 5파운드면 8천원 정도 한다. 아재가 또 이건 얼마 정도 하는 돈이냐고 물어본다. 이땐 더 이상 이 아재랑 엮이고 싶지 않아 통크게 20USD 정도 한다고 구라를 쳤다. 아재가 또 아쉬운 표정을 짓자 이정도면 많이 줬잖아. 그만 하고 가시라고 했다. 아재도 이 새끼한테선 더 뽑아 먹을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오토바이를 끌고 사라졌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35만 VND + 100 TWD + 5 GBP를 줬으면 사실 넉넉하게 준건데

받는 사람 입장에선 35만 VND + 종이 + 종이를 받은거니 서로 입장차가 있을 순 있겠다.

 

아무튼 베트남 호치민에 여행을 가시걸랑 누군가 오토바이를 태워준다고 하면 가이드비를 요구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사전에 가격을 흥정해서 타던지 아니면 됐다고 하고 오르지 마시길... 나중에 나무위키에서 베트남 관광 문서를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많은지 절대로 오토바이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하는 구절이 있는걸 보고 아재가 칼들고 협박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싶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