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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23 SGN

[호치민] 4. 오토바이투어 오전편(핑크성당, 전쟁박물관, 시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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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조식을 먹으러 방문을 열고 나가자 지난밤 봤던 복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복도가 기분좋게 맞이해줬다. 창문을 통해 들이치는 햇빛이 복도를 밝혀주자 분위기가 확 살았다. 이렇게나 조명이 중요하다.

 

 

 

조식당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친절한 직원과 맛있는 밥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할 나위가 있는가?

 

 

 

에그스테이션에선 내가 만들어 달라는 계란요리를 해주었고 누들스테이션도 있었다. 호치민이라는 곳에 또 갈까 싶긴 한데 다시 간다면 1박 정도는 또 하고 싶은 기분 좋은 호텔이었다.

 

 

 

호치민에선 별로 하고싶은 것도 없었고 애초에 비행기 타는게 목적인 여행인지라 침대에서 빈둥 빈둥 누워 놀다가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방을 빠져나왔다. 짐은 호텔에 맡기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까지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호텔 주변에 유튜브에서 많이 보던 벼룩시장 느낌의 상업공간이 있어서 들러보았다. 정말 너무 너무 후덥지근 해서 쇼핑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서 금방 빠져나왔다.

 

와... 이렇게 더운데 뭐 어디가야되지?

 

중얼 중얼 거리며 노트르담 대성당쪽으로 걸어갔다. 그마저도 보수공사 중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 서서 구글맵을 보며 도대체 이 더위에 어딜 가야하나 멘붕에 빠져있으려니, 웬 베트남 아재 한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충 내용은 어디서 왔냐, 언제 왔냐, 언제 가냐, 나 일본어 좀 할 줄 안다, 이제 어디 갈거냐,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어제 왔고, 오늘 저녁에 갈거고, 어디 갈지 사실 모르겠다고 대답하니 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자기가 투어를 시켜줄테니 뒤에 타라고 했다. 

 

나는 의심이 많고 사람을 믿지 않으며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멘붕에 빠져있었던 터여서 그랬던 걸까? 별 의심없이 그저 순박하고 착한 로컬 아재를 한명 운 좋게 만났구나 히히덕 거리며 오토바이 뒤에 앉았다. 

 

아재가 가장 먼저 데려간 곳은 떤딘성당(A.K.A. 핑크성당)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성당을 찍으려면 성당 길 건너편에서 찍어야 되는데 아재가 성당 코앞에 내려주니 그냥 근접샷만 몇 개 찍고 나왔다. 대충 유명한 성당 같긴 한데 종교가 없는 나에게 성당이란 그저 종교 건축물일 뿐인데 내 취향의 고급진 성당은 아니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다음으로 데려간 곳은 전쟁박물관.

 

 

 

전쟁박물관엔 서양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다. 월남전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받았던 피해상이 주된 전시 내용이었는데, 전쟁의 상흔이 그렇듯 다소 징그럽거나 잔인한 사진들이 여과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 러우전쟁도 그렇고 전쟁이 발발하면 언론에선 주로 민간인 피해를 부각해서 보도하는데 사실 군인이라고 해서 죽어도 된다거나 부상을 당해도 된다거나 하는 당위나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피를 보고 피해를 받는건 본디 전쟁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는 너 나 우리 (군인을 포함한)일반 사람들이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어떻게 하면 전쟁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장료 4만동.

 

 

 

아재한테 미술관에 한번 가보고 싶으니 미술관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호치민 시립 미술관은 기존에 내가 알던 미술관과는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입장료는 3만동.

 

 

 

보통 미술관은 전시된 그림들의 변색이나 변형을 막기 위해 온/습도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직사광선을 모두 차단하기 마련이다. 이곳은 그런거 없다. 대부분의 전시품들이 베트남의 높은 온도와 습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냉방이 되는 전시실에는 극히 일부의 전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전시품들의 수준이 낮거나 하진 않았다. 꽤 볼만한 작품들이 있었다.

 

 

 

사람이 참 웃긴게 미술작품의 수준이 어디에 걸려있느냐로 결정되는 것은 결코 아닐텐데 덥고 습한 햇빛이 비치는 곳에 대강 대강 걸려있으니까 뭔가 별볼일 없는 그저 그런 작품이려니... 하는 심드렁한 인상이 들었다. 비단 미술작품만 이런건 아닐거다. 최소한의 외모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닐까? 자신이 자기 몸을 관리하지 않고 가꾸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아가면서 남이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별 쓰잘데기 없는 개똥철학을 늘어 놓으며 점심을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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