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여행/'23 LHR

[런던] 8. 로열 앨버트홀에서 공연 관람하기

728x90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구글맵을 검색해보다 근처에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라는 가게가 있어 들어왔다. 고든램지버거라면 서울에선 웨이팅 개오지게 해야 먹을 수 있는 버거 아니던가? 여기에선 딱히 인기가 많아보이진 않았다. 

 

 

 

버거+감튀+콜라+콜슬로(Slaw) 해서 4.8만원짜리 식사다. 맛은 평범한 수준이었다.

 

 

 

로열 앨버트홀 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었지만 아직 버스를 한번도 타보지 못한 관계로 2층 버스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홍콩에서 타는 2층 버스와 크게 다를건 없었다 ㅎㅎ

 

 

 

로열 앨버트홀. 런던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다. 상세 공연 정보는 아래와 같다.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Emperor
Beethoven Symphony No. 9

Holly Mathieson conductor
Tom Poster piano
Ailish Tynan soprano
Renata Pokupic mezzo soprano
Jonathan Lemalu baritone
Stuart Jackson tenor

Brighton Festival Chorus
Philharmonia Orchestra

 

베토벤 피협 5번과 교향곡 9번이라. 클래식 덕후라면 당연히 잘 아는 곡이고 베토벤 피협 중 최고 인기곡,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 인기곡 두 곡을 연주하는 공연이니 예약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연주를 담당해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는 꺼무위키 피셜로 영국 대표 악단 중 하나로 빅4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내한하면 최소 30만원에 티켓을 팔겠지만 이번엔 내가 직접 왔으므로 티켓 가격은 12만원 정도 지불했다.

 

 

 

 

 

유튜브에서 수백번 보던 그 공연장에 내가 앉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개무량해서 공연 시작 전부터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흐를뻔 하는걸 억지로 참았다. "인티제야 너 정말 성공했구나 8ㅅ8 앨버트 홀에서 베토벤 9번을 듣는 날이 오다니 흑흑..."

 

 

- A few hours later... -

 

 

 

공연이 끝났다. 공연은 당연히 좋았을 것 같지만 정말 최악의 공연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공연장이 최악이었다. 연주자들은 잘못이 없었으니깐.

 

문제점이 너무나 많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자리에서 연주 소리가 잘 안들린다. 악단 사이즈가 작진 않았어서 공연장 하드웨어 문제로 생각된다. 물론 공연장이 크고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는 클래식 공연 특성상 먼 자리 관객은 잘 안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껏 수많은 공연장에서 수없이 공연을 봐왔지만 이번 만큼 공연 소리가 작고 답답하게 들렸던 적이 없다.

 

두번째 문제점은 관객들의 수준이 놀랍도록 낮았다. 관객한테 '수준'이라는 표현은 웬만하면 쓰기 싫은데 이 경우엔 쓸 수 밖에 없다. 공연 중에 잡담하고 왔다갔다 하고 카메라 플래시 터트리고 어수선하고(얘네는 공연장에서 술이나 음식을 팔고 그걸 공연보면서 먹기까지 하더라) 그런 사소한건 다 스킵하고(사실 어느 하나 사소하지 않았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치는건 뭐,, 때에 따라 칠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악장 중간에 박수를 치는건 도대체 무슨 경우냔 말이다. 베트벤 교향곡 9번 4악장엔 사람이 노래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 악장 내에도 잠깐 잠깐 퍼즈가 걸리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관객놈들이 그새를 못참고 냅다 박수를 치기 시작하는거 아닌가? 나도 당황하고 악단도 당황하고 지휘자도 당황하는게 느껴졌다.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공연장 분위기였다.  

 

 

 

로열 앨버트홀 공연 관람을 계획 중이시라면 무대 근처 Arena 앞쪽 좌석을 추천하며 박스석(Loggia)는 매우 비추한다. 

 

기대가 컸던게 문제였을까? 너무나 큰 실망을 해버려 머리가 어질어질한 채로 숙소로 후다닥 돌아갔다.

 

 

 

숙소로 가는 길에서 만난 횡단보도. 싱가포르에서 본 가로선 없는 횡단보도가 여기가 출처였고, 홍콩에서 본 룩 롸잇, 룩 레프트 문구도 여기가 출처였다. 여행하다보면 요런 사소한거 비교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