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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덕항덕/우리 비행기 곧 이륙합니다

젯스타항공 충동발권 및 환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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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동발권

 

 

지난 여름, 내년 3.1절 연휴에 어딜 갈까 여기 저기 스카이스캐너를 돌려보다가 발견한 항공권. 젯스타 시드니 왕복 우리돈 74만원! 깡통 항공권이 훨씬 저렴했지만 사전 좌석지정 + 기내식 1회 + 위탁수하물 20kg이 포함된 스타터 플러스를 왕복으로 추가하니 70만원 중반대로 뛰었다. 뭐,, 그래도 KE, OZ, QF 대비 절반 가격이라 충동적으로 질러버렸다. 

 

충동적이라고는 하나 젯스타의 환불규정 덕분에 일단 덮어놓고 지른거라 해야 정확하다.

 

 

 

규제대국 대한민국 답게 한국 출도착 항공편을 한국어 홈페이지에서 발권하면 시기에 따라 100%까지도 환불해준다. 출발일 92일 전을 구글캘린더에 "젯스타 환불마감"이라고 표시해놓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추석연휴 유럽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니 여행 향수병이 너무 심하게 도져버렸다. "한국에 있을 수 없어... 난 나가야만해... 항공권... 항공권이 필요해..." 거의 마약 중독자 마냥 하루 종일 스카이스캐너만 돌려댔다. 

 

문제는 이미 3월에 호주행 젯스타를 질러놓은 상황에서 2024년 추석연휴 장거리 항공권을 또 발권하자니 통장이 신음신음 앓고있었다. 그렇다고 내년 여행을 시드니 하나로 퉁치자니 너무 아쉬웠다. 발권할 때야 실질 여행일정이 목,금,토,일 나흘이라 짧긴 하지만 시드니 한군데만 둘러보기엔 나쁘지 않겠다 싶었지만 2024년 한해 장거리 여행을 나흘로 퉁치기엔 너무 짧다.

 

며칠에 거친 끝없는 고민과 번뇌 끝에 내린 결론. "그래, 젯스타를 환불하고 추석 연휴에 호주로 길게 가자!" 결론을 냈으니 퀵하게 행동에 옮길 일만 남았다.

 

 

#2. 환불의 시작

 

 

영어 대응은 24시간, 한국어 대응은 영업일 업무시간에만 가능했다. 환불 결정을 10월 15일 일요일에 내린 관계로 월요일까지 기다려볼까 하다가 무료 전화영어 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영어로 환불해보자 싶어 전화를 걸었다. 언어를 영어로 고르니 일단 AI 상담사가 상담을 진행했다. 

 

(아래는 한달전 기억에 의존한 대략적인 상담 내용으로 결코 정확하지 않음)

 

AI: 왜 전화했니?

나: 환불해줘

AI: 예약코드를 말해줘

나: OOOOOO

AI: 너의 예약코드는 OOXX@@야. 맞아?

나: 아니

AI: 예약코드를 말해줘

나: OOOOOO

AI: 너의 예약코드는 %%&&**야. 맞아?

나: 아니

AI: 음... 쉽지 않네. 상담원으로 돌려줄테니까 통화해봐. 

(연결음)

젯: 안녕~ 난 OOO이야. 어떻게 도와줄까?

나: 내 티켓 환불해줘

젯: 예약코드 말해줘

나: OOOOOO

젯: 음... 환불은 왜 하려구?

나: 사정이 생겨서 탈 수 없게됐어

젯: 환불은 바우처로도 할 수 있는데 바우처로 받을래?

나: 아니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야. 현금으로 돌려줘!

젯: 음... 그래 잠만 기다려봐

젯: 환불됐어. 네 환불금액은 734896 KRW야.

나: 오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의외로 상담센터는 전화도 금방 받고 질척대지도 않고 쿨하게 환불처리해줬다. 홈페이지에서도 더 이상 내 예약이 조회되지 않았다. 이제 남은 일은 환불금 입금을 기다리는 것.

 

 

#3. 뜨지 않는 취소내역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환불금 입금까지는 빠르면 4영업일, 늦으면 거의 한달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월요일부터 매일 매일 카드사 앱에 들어가 취소내역이 제대로 뜨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나도 취소내역이 뜨지 않았다. 홈페이지 설명으로는 환불에는 최대 15영업일 정도 걸린다고 적혀있다. 일단 서양놈들이니 최대한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15영업일이 지나도록 취소내역은 뜨지 않았다.

 

 

#4. 환불금을 찾아서

 

환불요청일로부터 16영업일째인  11월 6일 월요일, 바로 콜센터로 전화했다. 이번 통화는 영어로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한국어 콜센터로 전화했다. 1분 정도 대기하니 어느 남자 상담원과 연결됐다.

 

나: 환불신청한지 15영업일이 지났는데 아직 환불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확인부탁.

젯: 예약코드를 알려달라

나: OOOOOO

젯: 본인 확인을 위해 몇가지 추가 질문을 하겠다. 탑승자 이름은?

나: 나

젯: 목적지는 어디인가?

나: 시드니

젯: 여정상 출발 일정은?

나: 2월 28일 출국, 3월 4일 귀국

[(참고) 본인 확인절차는 영어 센터에서는 없었다]

젯: 확인됐다. 환불신청은 됐는데 네놈 카드가 만료됐다고 나온다.

나: 만료라니? 결제한 카드는 조금 전 점심 먹을때도 사용한 카드이다.

젯: 암튼 카드가 만료됐다고 떠서 환불이 안됐다. 네놈 계좌정보를 알려주면 입금해주겠다.

나: (속마음: 아니 그러면 네놈들이 먼저 계좌정보를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야지 내가 전화 안했으면 꿀꺽 할라 그랬니?) 그런가.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

젯: 총 8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은행 이름, 은행 계좌번호, 은행 SWIFT코드, 은행코드, 은행 지점명, 예금주 이름, 예금주 주소, 예금주 연락처. 이외에 여정표상 탑승자 이름, 출도착 공항, 여정 등을 추가로 적어서 메일로 보내달라.  => SWIFT코드, 은행코드는 나무위키가서 검색해보면 나옵니다

나: 영어로 보내야되지?

젯: 당연한거 아님?

나: 알겠다. 곧 보내겠다.

젯: 응 수고

나: 어어.. 잠깐만 잠깐만

젯: 응?

나: 혹시 말이야, 내가 해외원화결제를 차단해놓은 상태인데 이것 때문에 만료됐다고 떴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이거 차단해제할테니까 다시 한번만 취소해주면 안돼? 계좌정보 확인하는게 좀 번거로울것 같아서.

젯: 음.. 한번 확인해볼게 잠만 기달

젯: 확인해보니까 일단 다시 환불접수는 할 수 있는데 취소가 된다는 확답은 못해줘. 일단 다시 환불접수할테니까 차단 해제하고 일주일 정도 기다려보고 이번주까지 취소 안되면 다시 전화줘.

나: ㅇㅋㅇㅋ ㅅㄱ

 

상담원은 나름 친절하게 응대해줬다. 해외원화결제를 할땐 그때만 잠깐 차단을 해제했다가 곧바로 다시 차단을 해왔는데 해외원화결제건을 취소해본 적이 없었다. 취소전표 매입시 해외원화결제가 차단되어 있으면 혹시 이것도 튕겨내나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한번 부탁해봤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렀다.

 

 

#5. 내돈 내놔!

 

속절없이 4영업일이 더 흐르니 카드취소는 포기해야겠다 싶어서 11월 10일 따로 콜센터에 전화를 하진 않고 곧바로 메일을 보냈다. 회신도 2시간 뒤에 왔다.

 

 

 

와.. 15일을 또 기다려야하는건가? 외항사 환불받기 참 힘들다. 외항사 결제는 진짜 돈 못돌려받을 각오를 하고 결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6. 뜻밖의 횡재

 

 

 

즐겁게 노동요를 부르고 있던 11월 15일 오후, 갑자기 뜬금없이 환불금이 카드사로부터 입금됐다. 만료됐다던 카드가 다시 부활이라도 했단 말인가! 아무튼 환불신청한 10월 15일로부터 정확히 1역월 후인 11월 15일에 환불금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받을 돈 돌려받은건데 뜻밖의 횡재는 무엇이냐?

 

 

매입전표
매입취소전표

 

 

결제시점과 환불시점간 환율변동으로 낸돈보다 2천원 정도 더 돌려받았다. 확인하자마자 바로 맛있는 음료수 하나 사먹었다. => 신용카드사 이용약관을 확인해보면 환율변동에 따른 손익은 카드사가 부담한다고 나와있다. 낸돈 보다 더 돌려받았으면 입꾹닫 하면 되고, 덜 받았으면 콜센터로 전화해서 클레임을 걸면 된다.

 

 

#7. 진실은 저 넘어로

 

그냥 가만히 있었어도 저 환불금이 들어왔을지, DCC 차단을 해제해서 환불금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인지, 메일로 은행 정보까지 보내서 환불금이 들어온 것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가만 있었어도 11월 15일에 환불금이 들어왔을 것 같다. 상담원이 말했던 카드 만료는 그냥 성난 한국인들을 달래기 위해 상담원들의 복붙 멘트거나 아님 젯스타의 발전산이 일방적으로 뱉어내는 사실과 다른 잘못된 정보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8. 결론

 

- 젯스타항공 환불에는 한달 정도 걸릴 수 있다

- 젯스타 콜센터는 나름 쓸만하다

- 싸다고 외항사 충동발권은 웬만하면 자제하자

- 여정표 메일은 탑승이 완전히 끝나거나 환불금이 들어올 때까지 절대 삭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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